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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에 관하여/3. 잎툰(IF Toon)

감독의 가비지 타임

by 써이以 2026. 3. 9.
가비지 타임 이현성의 과거

 

[프롤로그] 현재 : 마지막 프로 경기 직후

 

농구공이 하늘 위로 떠오르고, 아슬아슬하게 골대 림에서 한 바퀴 돌고 떨어진다.

삐익—! 경기 종료 부저가 울리고, 점수판의 불이 꺼진다.

무릎에 두꺼운 아이싱을 감은 이현성이 텅 빈 코트를 바라보며 벤치에 앉아 있다.

이현성: (땀에 젖은 수건을 뒤집어쓰며 독백)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Scene 1] 유년 시절 (진재유 테마) : 자아 발견

(배경: 중학교 시절, 연습 경기 중 작전 타임)

 

감독: "현성아, 넌 피지컬이 딸려서 안으로 들어가면 다 막혀. 무리하게 돌파하지 말고 밖에서 패스나 돌려!"

이현성: (입술을 꽉 깨물고 코트로 나선다. 수비수 두 명이 붙자, 패스하는 척하다가 특유의 리듬으로 순식간에 두 명을 제치고 레이업을 올려놓는다.)

이현성: (놀란 감독을 향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보셨죠? 제 생각보다, 저 농구 잘합니다. 일대일은 절대 안 밀려요."

 

독백: '하지만 내 가치를 증명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 벤치에서 스스로를 의심했다.'

 

 

[Scene 2] 고교 시절 (기상호 테마) : 생존 방식

(배경: 고등학교 시절, 에이스 동기와의 마찰)

 

에이스 동기: "야, 이현성. 넌 슛도 짧은 놈이 왜 자꾸 정면에서 알짱거려? 동선 겹치니까 찌그러져 있어."

이현성: (주먹을 꽉 쥐었다가, 코트의 가장 깊은 구석인 코너로 말없이 걸어간다. 텅 빈 코너에서 림의 옆면을 바라본다.)

이현성: "그래, 정면은 니들 다 해 먹어라. 난 여기서 던질 테니까. 림 옆면이 훨씬 잘 보이거든. 내 자리는 내가 만든다."

 

독백: '코너 3점이라는 내 무기를 깎는 동안, 이미 다른 놈들은 저만치 앞서가고 있었다.'

 

 

[Scene 3] 대학 시절 (공태성 테마) : 내면 성숙

(배경: 대학 시절 라커룸, 재능 넘치는 후배와 몸싸움 직전)

 

천재 후배: "선배, 쥐뿔도 없으면서 왜 자꾸 코트에서 화를 내요? 열폭하는 거 추한 거 아시죠?"

이현성: (후배의 멱살을 잡았던 손을 천천히 놓고, 오히려 실실 웃는다.)

"어, 나 열등감 덩어리 맞아. 니들 재능 질투 나서 미치겠어. 근데 어쩌냐?

그 열등감이 내가 코트에서 죽어라 뛰게 만드는 제일 저는 연료인데.

너도 그 재능 안 뺏기려면 똑바로 뛰어라."

 

독백: '분노를 원동력으로 바꾸는 법을 배웠을 때, 내 무릎은 이미 닳아 없어지고 있었다.'

 

(배경: 자정이 훌쩍 넘은 대학 체육관. 모두가 떠난 코트에 낡은 농구공 튀기는 소리와 거친 숨소리만 울려 퍼진다.)

 

이현성의 양쪽 무릎에 두껍게 감긴 테이핑은 이미 땀과 핏물로 누렇게 변색되어 있다. 그는 슛을 쏘고 착지할 때마다 다리를 미세하게 절뚝거리면서도, 기계처럼 다시 코너로 달려가 패스를 받는 시늉을 하며 슛을 던진다.

 

철썩. 텅. 철썩.

 

착지할 때마다 무릎에서 연골이 깎여나가는 듯한 둔탁한 통증이 올라온다. 결국 다리에 힘이 풀려 코트 바닥에 거칠게 나뒹군다.

 

이현성: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무릎을 부여잡지만, 이내 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악을 쓴다) "씨발, 한 발만 더... 저 천재 새끼들보다 딱 한 발만 더 뛰면 된다고!"

 

그는 절뚝거리며 기어코 다시 일어나 슛폼을 잡는다. 그때, 관중석 가장 어두운 구석에서 이 미련하고 처절한 과정을 두 시간째 지켜보고 있던 프로팀 스카우터가 수첩에 무언가를 꾹꾹 눌러 적는다.

 

스카우터: (혀를 차며 혼잣말) "...가진 재능은 평범한데. 저 미친 독기 하나는 진짜배기네. 벤치에 박아두면 팀 전체에 불은 확실하게 붙이겠다."

 

(화면 전환 -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 행사장) 선수들이 하나둘 호명되어 단상으로 올라가고, 드래프트가 거의 끝나가는 막바지.

 

단상 위 총재: "마지막 라운드... 지명하겠습니다. 이현성."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던 이현성이 만신창이가 된 자신의 양 무릎을 두 손으로 꽉 쥔다. 고개를 푹 숙인 그의 뺨 위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독백: '내 무릎, 그리고 내 수명과 맞바꾼... 가장 처절하고 값비싼 티켓이었다.'

 

[Scene 4] 프로 시절 (성준수 테마) : 팀의 완성

 

(배경: 이현성의 처음이자 마지막 프로 1군 무대. 4쿼터 종료 10초 전, 1점 차로 뒤지고 있는 역전 직전의 상황) (상황) 벤치에서 숨죽여 지켜보던 피 말리는 시소게임. 줄곧 벤치만 달구던 이현성이 작전 타임 후 마지막 공격을 위해 투입된다. 코트에 들어서자마자 코트의 공기와 데뷔전의 압박감이 숨을 턱 막히게 한다. 그때, 팀의 노장 센터가 골밑에서 상대 선수 둘과 엉켜 코피를 터뜨리며 기어코 공격 리바운드를 따낸다. 바닥에 구르면서도 필사적으로 외곽의 이현성에게 공을 뿌린다.

 

노장 센터: "야 이현성!! 똑바로 쏴!"

이현성: (공을 쥔 순간,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묵직함에 멈칫한다. 슛을 쏘아 올리며) 

"...네, 선배. 공이 너무 무거워서, 손이 다 떨리네요."

 

독백: '공에 담긴 다섯 명의 무게를 온전히 느꼈을 때... 내게 남은 시간은 단 1초도 없었다.'

 

[에필로그] 다시 현재

 

이현성이 벤치에서 천천히 일어난다. 무릎의 통증이 느껴지지만 표정은 후련하다.

이현성: "정답을 다 알았을 땐 이미 뛸 수 없는 몸이 돼버렸지만... 상관없다."

(체육관 문을 열고 나가는 이현성의 뒷모습 위로, 훗날 지상고 유니폼을 입은 아이들의 환호성이 오버랩된다.)

 

이현성: "내 새끼들은, 나처럼 돌아가지 않게 만들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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