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벌거숭이를 정면으로
나의 가장 진솔한 모습을 여과없이
볼 수 있는 곳은 목욕탕이 유일하다.
공중 목욕탕은 심지어 모르는 타인과
모든 옷을 벗어 던지고 만나게 된다.
옆집 사람도 모르는 현대사회에서
그런 수모를 감수할 지라도
우리가 목욕탕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로 끼얹는 샤워는 부족하기에
뜨끈한 탕에 들어가 목욕하기를 원한다.
근육이 이완 되어 노곤하고 편안해진다.
목욕을 하면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본다.
살면서 만들어 온 죄라는 각질을 불리고,
이태리 타올로 벅벅 밀고서 떼어낸다.
음력 3월 3일 삼짇날에 행해지는 ‘계욕禊浴’이라는 풍습으로 이어졌다.
계욕은 부정을 쫓는 일로, 육체 만이 아니라 정신까지 맑고 깨끗하게 가꾸는 의식이다.
<씻는다는 것의 역사> 중 목욕으로 죄를 대신 갚다, 이인혜
웹툰 <괴기 목욕탕>은 사장과 직원이 마계 출신이고,
주 이용객은 마계의 직원이고, 그들의 포상 휴식처다.
마계와 인간계를 잇는 출입구기도 하여 인간 손님도 받는다.
인간들 중에 못된 짓을 하는 인간들을 벌하기도 한다.
죽어서 용서 못 받을 일을 한 자들이
그들의 추악한 나체를 드러내게 되고,
마지막 기회로서 벌을 받고 개과천선한
인간으로서 다시 살 수 있게 된다.
이 일련의 사건들이 목욕의 이유이기도 하다.
죄를 불려서 나의 이전 모습을 벗겨내고
새 사람이 되기 위한 하나의 의식과도 같다.
어쩌면 성실히 일하는 마계 직원들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는 지도 모르는 인간들의 죄를
괴기 목욕탕에 들러서라도 대신 갚아야 하는 것이다.
매번 목욕을 하면 나의 본모습을 바라보고,
맑은 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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